그러나 소주천을 이룬 것은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 아주 좁은 길을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제대로 오고 갈 수 있게 하려면 낫으로 잡목들을 쳐 내고 다듬어 길을 넓혀야 한다. 기맥도 마찬가지다. 소주천에 의해 임맥과 독맥이 연결되면서 기운이 흘러 갈 수 있는 통로는 생겼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기운의 소통이 이루어지기에는 다소 미약하다. 그러므로 더욱더 기맥을 넓혀 주어야 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온양이라 한다.

 기존 도가나 단전호흡에서도 온양에 대한 이론이 있긴 하지만 개념 정의가 애매모호하여 이해하기 힘들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음수(陰水)를 생성시켜 양화(陽火)와 합일하는 과정’이라든지 ‘진기를 끌어 올려 머리 속 끝에 있는 니환궁(백회)에 모으는 과정’이라든지 ‘경락 상 주요 관문에 양기를 머물게 하여 호흡으로 뜸을 들이는 행위’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신비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지 온양의 의미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기맥을 넓혀주는 것이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논리적으로도 소주천이 이루어지고 임독맥이 연결되면 연결된 기맥을 더욱 넓게 하는 과정이 뒤따르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온양 단계의 운기 수련 방법은 금강태좌와 금강좌가 있으며 여기에 운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율려공을 가미한다. 이상의 수련 방법으로 대맥 단전에 저장되었던 기가 더욱더 강하게 운행되면서 임맥과 독맥이 넓게 확장되고 이에 따라 인체에 흐르는 기의 양도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기맥 확장으로 발생되는 대표적인 현상이 ‘환골(換骨)’이다. 환골이란 뼈가 바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막혔던 기맥이 확장되면서 기가 잘 흐를 수 있는 뼈의 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특히 머리 부분에 뚜렷이 환골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할 정도로 선명하게 나타난다.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에 변화가 일어나 인상이 바뀌게 되고 두개골의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머리 중에서도 옥침혈 부분과 백회 주위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선환이 생기는 머리 둘레 부분이 돌출되기도 한다. 이것은 기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뼈의 구조가 바뀌는 작용이 신체 외부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골 과정에서 쉽게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변화의 결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척추의 변화이다. 기가 독맥을 뚫고 올라오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척추의 구조가 똑바로 변하게 된다. 즉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비뚤어져 있거나 기운이 막혀 있는 부위의 기맥을 열어 넓히는 과정 중에 척추가 똑바로 되는 변화가 생기게 된다. 척추의 환골은 뼈의 구조적 결함으로 생긴 고질적 허리 통증이나 디스크 등을 감소시킨다. 허리통증의 원인인 잘못된 뼈의 구조가 바뀌게 되고 기운의 소통으로 허리에 기가 공급되면서 정상적인 상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